‘외로움’이라는 단어에는 상투적 의미들이 덧씌워져 있다. 그 상투적 의미들은 대부분 고립된 상태에 놓여있는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들이다. 이 고립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 것이기도, 타인이나 외부 상황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주체의 “외롭다”는 외침은 부정적 감정들, 특히 쓸쓸함, 고립감을 더욱 유발한다. 다른 한편, 외로움은 인생에서 늘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상태, 혹은 생의 감각으로 이해된다. 본 《외로운사람되기》 연작은 외로움에 관한 전자의 부정적 견해로부터 후자의 본질적 견해로 향하는 과정을 우화적 여정으로 빗대 창작하는 작업이다. ‘외로움’을 하나의 지속적인 상태이자 생의 모험적 감각으로 재평가할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운사람되기》 연작은 주인공의 고립으로부터 출발한다. 고립의 섬에서 자신이 떠나보낸, 떠나온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그들을 하염없이 그리워하던 주인공의 무거운 감정은 그를 둘러싼 매캐한 연기나 암석 덩어리로 표현된다. 세계관 속 물, 불과 같은 원소들은 이러한 감정 상징체들의 상태를 바꿔주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주인공에게 도전해오는 위협적 요소로 작용한다. 고립의 섬을 떠나 항해를 시작한 주인공은, 자신을 밀쳐내고 던져버리는 거친 바람과 타오르는 불꽃, 거대한 풍랑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연료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끊임없이 상태를 변환하는 감정 상징체들은, 작중 모험의 증거이자 부산물, 때로는 원동력이 된다.
플롯
0. 세계를 담금질하기
0. 자신이 떠나왔고, 떠나보낸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제사를 지내기
0. 자신이 있는 곳이 고립의 섬임을 깨닫고 떠날 채비를 하기
0. 험하기: 조력자(융합된 감각들)의 도움을 받아 그리움을 돋우는 방해자(제기)의 향을 무찌르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파랑에 올라타며, 나름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외롬섬들을 보고는 다시 떠오르는 고립의 감각에서 벗어나려 무진장 애쓰기
0. 수많은 외로운사람들이 각자 등에 진 외롬섬들을 연료삼아 물에 씻고, 불에 태워서 세계를 굴리는 모습을 목격하기
0. 안개와 연기를 처마 삼아 쉬어가며 먼 평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잠시 맛보기